오늘은 생수보다 🍺 맥주가 싸다? 는 독일 물가에 대한 충격과 적응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독일에 처음 왔을 때, 레스토랑에서 메뉴판을 보고 음료 파트에서 넘어갈 수가 없었다.
물 한병에 4유로?가 넘어? 그런데 맥주 한잔에 4유로?
순간 “내가 독일에 온 건가, 맥주 천국에 온 건가”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알콜홀릭..이기 때문이었다)
그 날의 충격으로 첫 외식부터 요금폭탄을 맞았지만 맥주의 시원함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맥주 외에도 독일은 생각보다 많은 물건들이 싸고, 반대로 의외로 비싼 것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내가 독일에서 느낀 물가 충격, 그리고 거기 어떻게 적응해 나갔는지,
실생활에서 느끼는 가격 감각의 변화에 대해 적어보았다.
물보다 싸다고? 독일의 믿기 힘든 맥주 가격
진짜다. 독일에서는 맥주가 생수보다 쌀 수 있다. 대형 마트(Aldi, Lidl, Rewe 등)에서 가장 저렴한 생수는
2025년 기준 1.5L짜리 6병 세트가 약 2유로, 그러나 같은 양의 맥주는 브랜드나 종류에 따라 3유로 선에서 구할 수 있다.(보증금 제외)
심지어 지역 맥주나 노브랜드 맥주는 더 저렴하다. 물론 유명 브랜드는 비싼 맥주도 많다.
🧾 가격 구성의 비밀 – Pfand 제도
다른 글에서도 Pfand제도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맥주와 생수 역시 모두 병 보증금(Pfand)이 포함되어 있어
병을 반납하면 0.25유로까지 환급된다. 실제로는 맥주든 물이든, ‘병값 빼면’ 거의 1유로 미만이다.
🤯 충격 포인트
한국에선 ‘기호식품’인 맥주가 독일에선 거의 ‘기본 음료’처럼 소비된다.
회사 회식도, 집에서의 식사도, 심지어 점심에도 한 잔 “생수는 왜 돈 주고 사?”라며 수돗물 마시는 독일인도 많다.
실제로 나도 수돗물 마신지 5년이 넘어간다. 입독 초기에는 볼빅에 꽂혀 볼빅만 사마시고, 특히 한국인들이 볼빅을 선호한다고 한다. 독일에서 생수 순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만큼 맛도 좋고 믿을만한 볼빅이지만, 엘레베이터 없는 오래된 주택에 사는 나에게 볼빅 한팩은 사치일 뿐이다. 그리고 생수마셔도 여태까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오버우어젤, 밧홈부르크 지역에 살면 칼크양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더더욱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싸거나 비싸거나: 독일 생활 물가 적응기
독일에 살다 보면 “이건 왜 이렇게 싸?” vs “이건 왜 이렇게 비싸?”
두 감정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한다. 그 이유는 단순히 ‘물가’가 아니라,
문화와 소비 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 싸서 놀랐던 것들
맥주/와인: 앞서 말했듯 종류도 많고 가격도 저렴
빵: 베이커리에서 갓 구운 빵이 30~80센트
감자, 양파, 당근 같은 채소: 기본 식재료는 매우 저렴
기초의약품: 진통제나 일반 감기약은 가격이 고정돼 있고 저렴
🤑 의외로 비싸서 당황했던 것들
외식: 레스토랑에서 식사 한 끼에 30~40유로 기본(2025년 기준. 음료 한잔포함)
이발/미용실: 남성 커트도 20유로 이상, 여성은 더 비쌈(한인미용실은 두배 이상)
택시 요금: 기본요금이 5~6유로, 짧은 거리도 금방 15유로(Uber는 좀 더 저렴)
휴대폰 요금: 알디요금제 매달 최저 요금제 9유로, 무제한 데이터 아님(통신사마다 요금+데이터속도 상이)
🛒 습관 바뀌는 포인트
할인 전단지(Prospekt)를 보고 마트별로 쇼핑 루트를 정하게 됨
계산대에서 가격을 암산하게 되고, 무게 단위 가격(€/kg, €/L)을 비교하는 습관이 생김
‘독일식 소비’에 적응해 가는 나의 변화
한국에서의 나는 충동구매를 자주 하는 편이었고, 편의점도 자주 들렀으며,
뭔가 필요하면 ‘지금 당장 사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특히 외출하면 1일 1커피는 필수였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필요한 것만 사고,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습관이 몸에 배게 된다.
🕰 일요일엔 못 사니까, 미리 계획해야 한다
독일은 일요일에 마트와 가게가 전부 문을 닫는다. (중앙역 근처 마트는 일요일, 공휴일에도 오픈하지만 가격이 1.5배이상)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말 전 장보기 루틴이 생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 절친과 스스로 흥청망청이라 자칭할만큼 충동구매도 잦고 유행하는 것, 맛있는 것, 필요하지 않은 물건도 쉽게 쉽게 구매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나를 보고 친구가 흥청이는 더 이상 없어서 서운하다고 한다.
🌱 독일 사람들의 소비 가치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 (재사용, 친환경 제품 구매) - 한국처럼 플라스틱으로 포장된 과일 및 야채를 보는 것은 드물다.
품질 중심, 가격보다는 ‘가성비’에 더 집중
“비싸도 오래 쓰면 된다”는 관점 - 의외로 이가격을 주고 산다고? 하는 것들을 사는 독일인을 많이 보았다.
💳 카드보다 현금!
코로나 이후로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까지도 현금 선호가 많고,
일부 가게는 카드 결제가 아예 안 되기도 한다.
동전,지폐가 무겁고 귀찮을 때도 있지만 현금을 챙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돈의 지출이 눈에 보여서 소비 계획을 하게 된다.
독일 생활에 어느덧 익숙해져서 한국에 가면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생겨 가족이나 친구에게 얘기하면 해외 사는 유난 떨지 말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가격도 문화인 것 같다.
독일 생활에서 마주한 물가의 세계는 단순한 가격표가 아니라,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방식이 반영된 구조였다.
처음엔 맥주가 물보다 싼 게 이상했지만, 이제는 그게 당연하고 자연스럽다.
오히려 한국 가서 맥주 가격 보면 “왜 이렇게 비싸지?”라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서의 소비는 단순한 ‘싸고 비싸다’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가’에 대한 선택이라는 걸, 천천히 체득해가는 중이다.
어찌됐건.. 요즘처럼 날씨 좋은 4월의 어느 날, 나의 최애 맥주와 멋진 노을을 보는 행복감에 아직도 독일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