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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카페] 독일 카페에서의 여유(Kaffeemacherei - 당근케이크)

by dejerry90 2025. 4. 11.

프랑크푸르트는 흔히 독일의 금융 중심지, 비즈니스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도시 곳곳을 거닐다 보면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고요히 흘러가는 독일 특유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 여유를 제대로 체감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가 바로 카페다. 한국의 바쁜 도시 카페와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프랑크푸르트의 카페 문화는,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과도 깊게 맞닿아 있다.

독일 사람들에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공간이 아니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친구와 깊은 대화를 나누는 곳, 때로는 혼자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휴식처가 되기도 한다. 특히 프랑크푸르트의 카페들은 유럽 각지의 문화가 스며든 독특한 인테리어와 분위기로,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마음의 문을 열게 만든다.

오늘은 프랑크푸르트의 카페 문화 전반과 현지인들이 카페를 즐기는 방식, 그리고 내가 직접 다녀온 카페 중 추천할 만한 곳을 소개해보려 한다.

 

 

 

독일 카페에서의 여유(Kaffeemacherei - 당근케이크)
독일 카페에서의 여유(Kaffeemacherei - 당근케이크)

독일 카페의 특징 – 느림과 진정성의 미학

독일의 카페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하고 싶은 것은 바로 ‘속도’다. 한국에서는 빠른 서비스와 회전율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반면, 독일의 카페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리스타가 직접 원두를 갈고, 천천히 핸드드립하거나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정성껏 추출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독일 사람들은 커피를 단순히 ‘카페인 섭취’의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다. 한 잔의 커피에 담긴 맛과 향을 천천히 음미하고, 자신만의 루틴으로 커피 타임을 즐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카페에서는 ‘to-go’보다는 ‘머무는 손님’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다. 내부 인테리어도 오래 머물기 좋은 구조로 되어 있고, 자리 제한이나 시간 제한도 없다. 조용히 노트북을 펴고 작업하거나 책을 읽는 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

프랑크푸르트의 중심가인 자일(Zeil) 거리 근처의 카페들은 조금 더 현대적이고 활기찬 느낌이지만, 강변이나 주택가 골목에 숨어있는 작은 카페들은 고요한 정원이나 테라스를 갖추고 있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현지인들이 카페를 즐기는 방법

독일 사람들은 아침보다는 오후 시간대에 카페를 자주 찾는다. 특히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 ‘Kaffee und Kuchen(커피와 케이크)’ 시간은 독일식 카페 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카페에 모여 커피 한 잔과 달콤한 케이크를 나누며 하루를 정리하는 모습은 매우 흔한 풍경이다.

재미있는 점은, 많은 독일 카페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수제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 판매한다는 것이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치즈케이크(Käsekuchen), 초코케이크(Schokoladenkuchen), 사과파이(Apfelkuchen) 등인데, 계절마다 나오는 과일을 활용한 케이크들도 매우 인기다. 그래서 현지인들은 ‘오늘은 어떤 케이크가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단골 카페를 찾는 경우도 많다.

또한 혼자 카페에 오는 사람들도 많다. 책이나 신문을 읽거나,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이들, 심지어 수공예 작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풍경 속에서 독일 카페는 ‘사람이 모이는 장소’이기 이전에,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꼭 가봐야 할 카페 추천

프랑크푸르트에는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뛰어난 커피 퀄리티로 사랑받는 카페들이 많다. 여기서는 내가 직접 다녀왔거나 현지인 추천으로 가본 카페 중 인상 깊었던 몇 곳을 소개한다.

1) Hoppenworth & Ploch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한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리 중 하나다. 자체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며, 다양한 브루잉 방식으로 커피를 제공한다. 내부는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로, 커피 애호가들에게 특히 추천한다. 프랑크푸르트 시내에만 3개의 지점을 가지고 있다.

2) Wacker’s Kaffee
프랑크푸르트 로컬 커피의 상징 같은 존재다. 1914년부터 운영되어온 전통 있는 카페로, 언제 가도 현지인들로 붐빈다. 클래식한 인테리어와 고풍스러운 커피 머신이 인상적이며, 특히 커피 향이 매우 진하고 깊다.

3) Kaffeemacherei
프랑크푸르트 대학교 근처인 Oeder Weg에 위치한 카페인데 모던한 인테리어로 유명하다. 다양한 브런치 메뉴와 홈메이드 디저트가 인기이며, 여름에는 정원 테라스 좌석이 특히 인기가 많다. 커피에 들어가는 우유는 일반적인 우유가 아닌 곡물 우유라 한국인은 처음에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모든 커피 메뉴가 아이스로 변경이 가능하고 직접 만드는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 자주 찾는 곳이다. 특히 당근 케이크를 추천한다!

 

이 외에도 프랑크푸르트는 꾸준히 새로운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어, 카페 투어만으로도 하루가 짧게 느껴질 정도다. 여행자든 현지 거주자든, 자신만의 단골 카페를 찾는 즐거움은 이 도시를 조금 더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카페 문화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것을 넘어, 삶의 속도를 잠시 늦추고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만약 독일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다면, 프랑크푸르트의 조용한 골목 어귀에 자리한 작은 카페로 향해보자. 커피 한 잔과 함께, 예상치 못한 여유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