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독일에서도 재택근무와 사무실 출근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이 변화 속에서 독일식 Work-Life Balance는 어떻게 유지되고 있을까요? 오늘은 퇴근 이후를 소중히 여기는 Feierabend 문화, 업무와 사생활의 철저한 분리, 그리고 재택근무 중 집중력을 높이는 팁까지 모두 정리해보았다.
🏡 재택근무는 이제 ‘선택’이 아닌 ‘표준’
2020년 팬데믹을 기점으로 독일 전역의 회사들은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시작했다. 처음엔 임시 조치였던 재택근무가 어느새 일상이 되었고, 지금은 ‘출근과 재택의 혼합’, 즉 하이브리드 근무 형태가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 기업에서는 재택근무를 암묵적으로 꺼려하는 분위기라고 친구가 알려주었다.)
💻 독일 회사들의 하이브리드 모델
주 2~3일은 사무실 출근, 나머지는 재택
일부 기업은 전면 재택을 허용하며, 업무 공간 축소
공공기관도 점차 유연근무제 확대
장단점이 명확하다.
재택근무의 장점:
출퇴근 시간 절약
집중도 높은 환경 (특히 업무 성격이 개인 작업 위주일 경우)
자율적인 스케줄 관리 가능
단점:
팀원과의 즉각적인 소통 어려움
업무-생활 경계가 흐려질 수 있음
외로움 또는 고립감
독일에서도 이런 장단점을 인식하고, 회사 차원에서 직원들의 심리적 안정과 생산성 유지를 위한 지원을 다양하게 도입하고 있다. 예: 업무용 의자, 모니터 지원 / 멘탈헬스 세션 / 홈오피스 교육 등.
독일식 ‘Feierabend’ 문화, 삶의 균형을 지키는 열쇠
🎉 Feierabend란?
직역하면 "축제의 저녁"이라는 뜻도 있지만, 실제로는 업무가 끝난 후의 자유 시간을 의미한다.
Feierabend는 단순히 퇴근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독일인들은 이 시간을 굉장히 엄격하게 지키고,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
(실제로 하루 종일 기분이 안좋던 동료가 퇴근 시간이 되자 Feierabend를 세상 밝은 목소리로 외치며 나가는 것을 본 적이 많다.)
🚫 퇴근 후 업무 연락? 거의 없음!
회사 메신저, 메일은 퇴근 후 자동 꺼두는 사람 많음
상사도 퇴근 이후 연락 자제 (법적으로도 권장됨)
친구나 가족과의 저녁 시간, 산책, 운동 등 업무와 무관한 활동에 집중
이 문화는 실제로 독일인의 정신 건강과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 중에도 "업무는 6시에 종료한다"는 룰을 스스로 정하는 경우가 많다.
📌 팁: 집에서도 Feierabend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면, 퇴근 후엔 업무 관련 앱을 로그아웃하고, 조명이나 음악 등을 ‘저녁 모드’로 바꿔보는 것도 좋다.
🍺 Feierabendbier (퇴근 맥주)
퇴근 후 맥주 한 잔은 독일인의 일상 속 행복 중 하나이다. 나의 행복이기도 하다^^
집에서든, 맥주집에서든 “이제 진짜 내 시간이 시작됐다”는 신호처럼 작용한다. 꼭 술이 아니더라도, 산책이나 요리, 정원 가꾸기 등 나만의 Feierabend 루틴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재택근무 중 Work-Life Balance 유지하는 실전 팁
재택근무의 가장 큰 함정은 업무와 일상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택근무하는 주변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일을 하는지 집안일을 하는지 모르는 날도 종종 생긴다고 한다.
집에서 일하다 보면 쉬는 것도, 일하는 것도 제대로 안 되는 느낌이 들곤 할 수 있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경계’를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
🗂️ 1) 공간 구분은 필수!
작업 공간과 생활 공간 분리
침대 근처에서 업무 금지 (집중력 저하)
서 있는 책상이나 높낮이 조절 책상도 인기
📅 2) 시간표 만들기
업무 시작/종료 시간을 정해놓고 철저히 지키기
알람으로 점심시간 알림 설정
‘업무 종료 루틴’ 만들기 (노트북 덮고, 산책하기 등)
🤝 3) 팀과의 소통 루틴 만들기
매일 아침 15분 ‘온라인 스탠드업 미팅’ 진행
카메라 ON이 불편하지 않다면, 얼굴 보고 인사하는 것도 중요
과한 메시지 교환보다 효율적인 회의/정리된 문서 공유가 선호됨
💆♂️ 4) 멘탈 케어
점심시간이나 저녁에 꼭 산책하기
스트레칭, 명상, 요가 등 몸을 움직이는 습관 만들기
주 1회는 ‘스크린 없는 저녁 시간’ 갖기
일은 일, 삶은 삶 – 독일식 균형감각 배우기
독일에서 일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바로 일과 삶의 균형이 생산성과 직결된다는 사실이다. 그 동안 내가 일했던 직장에서는 한국보다는 훨씬 나았음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일과 삶의 경계를 나누는 것이 어려웠다. (아무래도 한국 기업이라 그런 것일 것 같기도 하다..)
현재 나의 목표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을 찾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니 당연히 출산과 육아에 대한 생각을 놓칠 수 없기 때문에 남편과 내가 다 출근해야 하는 경우 우리 아이를 봐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런 결심이 서게 되었다.
그치만 언젠가 가끔은 직장에서 퇴근 시간 동료들과 오늘 하루도 수고 했다며, Feirerabend 하는 날이 그리워질 때도 오겠지..!
곧 퇴근이 다가오는 분들이 있다면 동료들에게 잊지 말고 해맑게 이렇게 말해보기를 바란다.
"Feierabend! 오늘도 수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