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 처음 도착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행정 절차 중 하나가 바로 은행 계좌 개설이다. 월세 자동이체, 급여 수령, 공과금 납부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돈의 흐름이 은행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통장 개설은 독일 생활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요즘은 모바일 기반의 디지털 은행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중 N26은 많은 외국인들, 한국인들이 이용하고 있는 대표적인 선택지다. 이번 글에서는 독일에서의 통장 개설 과정과 함께, 내가 실제 사용 중인 N26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보려 한다.
독일 은행 시스템: 우리에게 낯선 '절차 중심' 문화
한국에서는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과 도장 정도만 있으면 30분 안에 끝나는 일이 많다. 하지만 독일은 그렇지 않다. 먼저, 대부분의 독일 은행에서는 Anmeldung(거주지 등록)이 없으면 통장 개설이 어렵다. 즉, 먼저 거주지 등록을 마친 후, 이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따라서 주거지 확보 → Anmeldung → 은행 계좌 개설이라는 순서를 따라야만 한다.
또한, 오프라인 은행(Deutsche Bank, Commerzbank, Sparkasse 등)의 경우, 온라인 예약을 잡고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전 과정이 독일어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서 독일어에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부담스럽다. (럭키비키하다면 영어로 진행해주는 곳을 만날 수도 있다.) 여권 외에도 비자 서류나 학생증 등을 요구하기도 하며, 서류 심사에 며칠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반면,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디지털 은행들은 이런 절차를 간소화했다. 특히 외국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있는 N26, Revolut, Vivid Money 같은 온라인 은행은 앱을 통해 간편하게 계좌 개설이 가능하며, 영어를 기본 언어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큰 장점이 있다.
N26: 외국인을 위한 '최고의 디지털 뱅크'
N26은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모바일 은행으로, EU 전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독일 내에서는 특히 교환학생, 워킹홀리데이, 주재원, 이민자 등 외국인 거주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은행이다.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간편한 계좌 개설
N26의 가장 큰 장점은 계좌 개설이 비대면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앱을 설치하고 신분증을 업로드한 후, 화상 인증(VideoIdent)으로 신원 확인을 하면 보통 10~15분 내에 개설이 완료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여권만으로 인증이 가능했고, 별도의 서류 없이도 계좌가 열렸다. Anmeldung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점이 정말 큰 장점이다 (물론 사용자의 국적이나 비자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본인의 조건을 미리 확인할 것).
무료 계좌, 깔끔한 UI, 주식 거래도 가능
기본 계좌는 수수료가 무료이고, 체크카드(Mastercard 기반)도 무료로 제공된다. 원한다면 일정액을 지불하여 업그레이드된 카드도 발급 받을 수 있다. 앱 인터페이스가 매우 직관적이고, 송금, 자동이체, 예산 관리 등의 기능도 잘 갖추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주식 거래도 가능하다. 해외에서 자주 사용되는 다중 통화 지원, 다른 계좌로의 빠른 이체, 해외 결제 수수료 없음 등 외국인에게 최적화된 기능들이 많으며 어플 하나로 웬만한 금융 업무를 다 볼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N26은 스마트폰 알림 기능이 매우 빠르고 정확하다. 한국 은행 앱처럼 결제 즉시 푸시 알림이 오며, 입출금 내역이 바로 표시된다. 이는 기존 독일 은행의 느린 전산 시스템에 비해 훨씬 현대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이다.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점은 친구 추천을 하면 15유로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남편과 친구 몇몇에게 많이 추천해서 쏠쏠한 비상금을 챙긴 적이 있다.)
단점은?
물론 단점도 있다. 대표적으로 N26은 현금 입금이 어렵다. 오프라인 지점이 없기 때문에 ATM 입금이 불가능하며, 현금 입금을 원할 경우 파트너 업체(예: REWE, DM 등)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또, 서류 제출이 필요한 절차(예: 비자 신청 시 은행 잔고 증명)에서는 공식 은행에 비해 불편할 수 있다. 그리고 고객센터 연결이 느리다는 리뷰도 꽤 보인다. 다만, 일반적인 일상생활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고 나의 경우는 문의 이메일을 보낸 지 이틀 안에 답변을 받아 독일에서 상대적으로 빠른 답변이라고 느꼈다.
한국인 커뮤니티에서 종종 정체 모르는 곳에서 출금이 되었다는 후기도 본 적이 있다. 복불복 같기는 하지만 항상 비밀번호를 주기적으로 바꾸면 이런 위험은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N26 실제 사용 후기: 만족도는?
내가 N26을 사용하게 된 계기는 독일에 도착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급하게 계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Anmeldung도 완료되지 않았고, 오프라인 은행은 예약이 꽉 차 있었으며, 독일어로 소통하기에도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추천으로 N26을 알게 되었고, 바로 설치해서 사용하게 되었다.
첫 개설부터 카드 배송까지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되었고, 실제 카드도 4~5일 내로 도착했다. 계좌를 만들고 나서는 바로 월세 자동이체 설정, Spotify/Netflix 자동 결제 등록 등도 손쉽게 가능했고, 아마존이나 이베이 같은 독일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현재는 애플페이(Appelpay), 페이팔(Paypal)까지 N26으로 모두 연동시켜 놓았다.
특히 유용했던 기능 중 하나는 하위 계좌(Space) 생성이다. 이 기능을 통해, ‘여행 자금’, ‘비상금’, ‘월세용’ 등 목적에 맞게 돈을 분리해서 관리할 수 있어서, 가계부 대신 이걸로 예산을 짜기도 했다. 직관적인 UI와 빠른 반응 속도 덕분에, 통장 관리에 대한 스트레스가 거의 없었다.
마무리하며: 독일 정착의 시작은 좋은 계좌 선택부터
독일에서의 첫 걸음은 생각보다 복잡한 절차의 연속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은행 계좌는 꼭 필요하고, 하루라도 빨리 준비해야 할 필수 요소다. 독일의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면, N26 같은 모바일 은행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각 은행마다 장단점이 분명하므로, 자신의 체류 목적과 생활 방식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프라인 서비스를 중시한다면 기존 은행을, 빠르고 유연한 사용을 원한다면 디지털 은행을 고려해보자.
따라서 N26 은행 하나만으로 모든 은행, 금융 업무를 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는다. 나 또한 독일의 오프라인 은행 Sparkasse를 주 은행으로 두고 있고, N26은 수수료 없는 결제를 위한, 한국처럼 카드 사용이 편한 나에게 최적화 된 세컨드 옵션일 뿐이라 추천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은행에서도 온라인 은행과 같은 혜택이 있는 곳이 있고, 나는 이미 초기부터 이렇게 사용하다 보니 바꾸는 것이 귀찮아서 아직까지 사용하고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일 생활의 안정적인 시작을 위해서는 여러 정보를 입수하여 본인에게 맞는 것을 스스로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