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적응하고 싶었던 일상 중 하나는 바로 ‘운동 루틴’이었다. 한국에서도 꾸준히 다니지 못했던 헬스장이지만 독일에서는 여가 시간도 많고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여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 마침 집 주변에 프로모션하는 헬스장 광고를 보아 남편과 바로 등록을 했다. 막상 오랜만에 헬스장에 가보니 처음 독일에 와서 헬스장에 발을 들였던 때가 생각나며 예상치 못한 문화적 차이와 신기한 시스템들에 대해 소개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오늘 글에서는 독일 헬스장 FITSEVENELEVEN 711이용 후기와 함께, 한국과는 다른 독일 헬스장만의 특징들을 공유해보려 한다.
헬스장 등록과 계약: ‘가입’이 아닌 ‘계약’
한국에서는 요금제 선택 후 카드 결제만 하면 바로 이용 가능한 헬스장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헬스장이 ‘계약’이라는 개념으로 운영된다. 보통 12개월 또는 24개월 단위의 장기 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중도 해지가 쉽지 않은 편이다. 물론 최근에는(코로나 이후로) 한 달 단위의 유연한 계약 옵션을 제공하는 곳도 생기고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장기 계약이 일반적이다.
계약 시 서면 서명을 하거나, 온라인 포털에서 디지털 서명을 완료해야 하고, 해지 의사를 밝힐 때도 공식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해지 통보는 계약 종료 최소 3개월 전에 서면(Fax 혹은 이메일)을 통해 해야 유효하다. 이를 모르고 있다가 자동 연장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하니, 꼭 미리 확인이 필요하다.
실제로 입독 초기에 이런 정보에 대해 전혀 모르고 등록했다가 계약 해지 기간이 지나 1년동안 자동연장되어 헬스장에 기부를 했었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처음 등록할 때 별도의 가입비를 받는 곳이 많고 3개월 또는 6개월 단위로 관리비?의 개념으로 30-60유로 내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비용은 보통 프로모션 기간에는 면제되기도 한다. 가격은 대체로 월 30-60유로 선으로, 저가형 프랜차이즈 체인인 ‘McFIT’이나 ‘FitX’ 같은 곳은 월 20유로 이하의 요금제를 제공하기도 한다.
운동 공간의 분위기: 조용하고 개인 중심
독일 헬스장에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조용함’이다. 한국에서는 사람들끼리 인사를 나누거나 가볍게 대화를 하면서 운동하는 경우도 많지만, 독일에서는 대부분 조용히 각자의 운동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음악도 대체로 볼륨이 낮고, 헬스장 내 직원도 특별히 말을 걸지 않는다. 오히려 ‘왜 쳐다보지?’ 싶은 눈치가 보일 정도로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
운동복이나 외모를 신경 쓰는 분위기도 덜하다. 한국에서는 때때로 운동복 브랜드나 스타일에 따라 눈길을 끌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기능성과 편안함이 우선이다. 트레이닝복, 반팔 티셔츠, 레깅스나 스웻팬츠 등 다양하게 입고 다니며, 심지어 가끔 슬리퍼에 양말을 신고 오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샤워를 꼭 안 하고 가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점은 처음엔 조금 충격이었다. 물론 샤워 시설은 대부분의 헬스장에 갖춰져 있지만, 이를 이용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서는 땀 흘린 채로 자연스럽게 이동하는 것에 큰 거리낌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문화적 차이로 볼 수 있다.
자유로운 운동 방식과 철저한 위생 의식
독일 사람들은 헬스장에서 자신만의 루틴을 지키는 데 굉장히 철저하다. 어떤 이는 무게 운동만 집중적으로 하고, 또 어떤 이는 유산소만 1시간 내내 하는 등,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운동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트레이너가 옆에서 붙어 도와주는 시스템보다는, 회원이 스스로 운동 루틴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셀프 피트니스’에 가깝다.
하지만 이 자유로움 속에도 ‘규칙’은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기구 사용 후 소독’ 문화가 철저하다. 대부분의 헬스장에는 각 운동기구 옆에 소독용 티슈나 스프레이가 비치되어 있으며, 사용 후 이를 직접 닦고 다음 사람을 위해 정리해 두는 것이 기본 예절이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수 있다. 처음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이 문화에 익숙해지고 나면 오히려 위생 면에서 더 안심이 된다. 또한 개인 타월을 지참하는 것이 암묵적인 의무인데, 운동 기구에 앉거나 닿았을 때 땀이 많이 묻을 것 같은 곳에 타월을 먼저 깔고 운동하는 것이 예의이다. 처음에 이 부분을 몰라서 독일 할머니에게 눈총을 샀던 기억도 있다.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만 나 말고 모든 사람이 가지고 다녀서 그 이후부터는 항상 챙겨간다. 마지막으로 실내용 운동화가 실외용 운동화에 대한 구분이 철저하다는 것이다. 한국도 구분하라고 하기는 하지만 지키는 사람은 잘못봤던 것 같은데(지금은 확실히 모르겠다.. 한국 헬스장을 간 것은 2010년도가 마지막이었으니..)독일에서는 헬스장 안에서 신는 운동화를 실외 운동화와 다른 것을 신는 것을 매우 권유한다.
추가로 하나 인상 깊었던 점은 ‘시간 제한 없음’이다. 일부 저가형 체인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헬스장은 하루 방문 시 시간 제한이 없으며, 원하는 만큼 운동하다가 나올 수 있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직원이 조용히 다가와 알려주거나, 조명이 서서히 꺼지면서 자연스럽게 퇴장 유도를 한다. 전반적으로 ‘자율’을 중시하는 시스템이라, 한국보다 느긋한 분위기에서 운동할 수 있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운동도 독일식으로
독일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다 보면, 단순한 운동 공간을 넘어 ‘문화의 차이’를 체감하게 된다. 계약 방식부터 운동 스타일, 그리고 서로를 존중하는 태도까지. 처음에는 낯설 수 있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더 자유롭고 편안한 운동 루틴을 만들 수 있다. 미라클 모닝을 한다고 까불던 때 새벽 6시 반에 헬스장을 간 적이 몇번 있었는데 자전거 타는 기계에 앉아 책을 읽고 계시던 독일 할아버지의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독일 생활 중 운동을 꾸준히 하고 싶다면, 가까운 헬스장을 둘러보며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를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나와 남편이 등록한 FITSEVENELEVEN 711은 체인점 중 하나이고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지점이 꽤 있다. 우리는 블랙라벨이라는 등급을 선택했고 2025년 5월말까지 무료 이용가능, 6월부터 1년간 2주에 23유로씩 지불한다. 체인점마다 등급에 따라 사용가능한 시설, 혜택이 다양하고 우리는 요가, 필라테스등의 수업도 무료로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이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헬스장을 이용할 계획이 있는 분들이라면 집 주변에 있는 헬스장 먼저 검색하여 계약 조건, 프로모션등 꼼꼼히 확인하고 독일에서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 기구 사용 후 소독은 필수라는 점, 잊지 않기를 바란다!